예술의 꽃을 피우는 경쟁: 모차르트에서 뉴진스까지

 

🎵 [세계 경제사] 신성로마제국의 300개 왕국 경쟁이 모차르트를 낳았듯, 글로벌 경쟁 시대가 뉴진스와 K-POP의 세계적 성공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 시대가 낳는 예술가: 운명의 시간표

지난해 8월, 미국 시카고의 초대형 록 페스티벌 '롤라팔루자'에서 한국의 걸그룹 '뉴진스'가 7만 관중을 압도하는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자연스러운 영어 소통, 당당한 무대 매너, 그리고 한국 아이돌의 이미지를 완전히 뛰어넘는 모습으로 세계 음악 시장을 사로잡은 것입니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이 장면은 SM엔터테인먼트 설립자 이수만이 고등학생 시절 클리프 리처드의 내한 공연을 보며 꿈꿨던 비전이 실현된 순간이었습니다. "외국 가수에게 한국 팬들이 열광하는 것이 가하다면 그 역 또한 불가할 것이 없지 않은가"라는 그의 각오가 현실이 된 것입니다.

재능보다 중요한 운명의 시간

예술에 재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세상에 재능만큼 흔한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더 흔한 것은 실패한 재능입니다. 예술가에게 재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운', 즉 적절한 사람으로 적절한 시기에 태어나는 것입니다.

마이클 잭슨이 200년 전 미국 남부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그저 재롱 잘 떠는 '검둥이' 취급을 받다가 생을 마감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예술가에게는 시대적 배경과 태어난 장소가 중요한 요소입니다.

🎻 모차르트의 비극: 잘못된 시대에 태어난 천재

고전음악의 3인방으로 불리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은 각기 다른 시대적 상황 속에서 활동했습니다. 이들의 차이는 음악가의 사회적 위치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세 음악가의 서로 다른 운명

• 하이든: 음악하는 하인이었습니다. 두 귀족 가문을 섬기며 궁정 악사라는 타이틀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 베토벤: 자유 예술가였습니다. 시민계급의 성장 덕분에 하고 싶은 음악을 자유롭게 하며 살았습니다.
• 모차르트: 두 시대 사이에 낀 불운한 천재였습니다. 창작의 방향을 제시하는 귀족들이 싫었지만, 그들의 호의에 기대어 살아야 했습니다.

모차르트의 딜레마

모차르트는 유명세를 유지하기 위해 귀족들의 취향에 맞추어야 했고, 자신만의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당시 시민계급은 아직 음악에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모차르트 내외는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겼습니다. 잘츠부르크 대주교 밑에서 일할 때 그의 월급은 500플로린이었고, 전성기에는 연봉 6000플로린(현재 가치로 약 1억 8천만 원)을 받는 고소득자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월세가 480플로린이나 하는 53평짜리 큰 집에 살았고, 항상 생활비가 부족했습니다.

모차르트의 편지를 보면 "신곡을 만들면 갚을 테니 돈 좀 빌려달라"는 내용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는 재능을 돈과 맞바꾸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베토벤의 자유

반면 베토벤은 친구가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이제 사람들과 흥정하지 않아. 내가 요구하면 그들은 지불하지"라고 답했습니다. 이는 모차르트가 꿈에서라도 해보고 싶던 말이었을 것입니다.

하이든과 모차르트는 25살 차이,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15살 차이였습니다. 만약 모차르트가 15년만 늦게 태어났거나 15년만 더 살았다면, 돈 걱정 없이 교만하게 살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예술가에게 있어서 '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300개 왕국의 경쟁이 낳은 음악의 꽃

그렇다면 영국이나 프랑스보다 신성로마제국 지역에서 왜 그렇게 많은 위대한 음악가들이 등장했을까요? 그 비밀은 이 지역이 300여 개의 작은 왕국으로 나뉘어 있었다는 데 있습니다.

경쟁이 만든 음악적 환경

각 왕국의 지도자들은 체면 유지를 위해 고용 음악가들로 이루어진 관현악단을 보유했고, 도시의 위상을 놓고 서로 질시했습니다. 자신이 속한 궁정의 이름을 드높이기 위해 음악가들은 라이벌 궁정 소속 아티스트들과 피나는 경쟁을 벌여야 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음악 수준이 매일 다르게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일찍이 절대왕정이 확립되어 오직 한 사람의 취향만 만족시키면 되었던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었습니다.

🌟 뉴진스: 21세기 세계화 시대의 행운아

뉴진스가 2022년에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은 그들에게 행운이었습니다. 그들은 K-POP이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시대에 등장했고, 디지털 기술과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전 세계 팬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습니다.

70년 전 한국전쟁 당시 '탱크와 소녀' 사진에서 보이는 한국과, 지금 뉴진스가 활동하는 한국은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되었습니다. 뉴진스가 60년 전에 태어났다면 마이크 대신 동생을 업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을 기적이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글로벌 경쟁이 만든 K-POP

현대의 K-POP 산업은 신성로마제국 시대의 궁정 경쟁과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여러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서로 경쟁하며 더 나은 아티스트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다른 국가의 음악 산업과 경쟁하면서 K-POP의 수준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습니다.

뉴진스는 이러한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탄생한 21세기 세계화 시대의 행운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성공은 단순히 개인적 재능만의 결과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이룩한 경제적 성장과 문화적 영향력, 그리고 글로벌 시장의 개방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 예술과 시대의 상호작용

예술가의 성공은 재능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그들이 태어난 시대, 장소, 사회적 환경, 그리고 경쟁 구도가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모차르트 시대의 신성로마제국에서는 300여 개 왕국 간의 경쟁이 고전음악의 황금기를 만들었고, 21세기 글로벌 시장에서는 국가 간, 기업 간 경쟁이 K-POP이라는 새로운 문화 현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예술의 발전은 종종 경쟁에서 비롯됩니다. 사람들이 더 나은 것을 만들기 위해 서로 경쟁할 때, 예술은 꽃피우게 됩니다. 모차르트에서 뉴진스까지, 시대는 다르지만 이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