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환각 사이, 이민자의 불안한 일상 - 요나스 하센 케미리의 '나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거네' 서평 📱

 

2010년 12월, 200년 넘게 전쟁과 분쟁을 겪지 않았던 평화로운 국가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이 충격적인 사건을 모티프로 삼아 스웨덴의 작가 요나스 하센 케미리는 소설 《나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거네》를 집필했습니다. 테러 사건과 이민자의 정체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 소설은 예상과 달리 나른한 대화가 이어지다 가끔 의미 있는 문장들이 독자의 마음을 쿡 찌르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오늘은 이 소설이 던지는 메시지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이민 2세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정체성의 혼란 🔍

요나스 하센 케미리는 튀니지인 아버지와 스웨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 작가입니다. '가장 노벨문학상에 가까운 스웨덴 작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그는 자신의 정체성이 담긴 자전소설 《몬테코어》(2006)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스웨덴 이주자 문학의 대표작으로 평가받으며 20만 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미국·독일·프랑스 등 10개국에서 출간되기도 했습니다.

2012년에 발표한 《나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거네》는 주류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이민자, 소수자의 모습을 더욱 깊이 있게 조명하며 케미리의 작가적 정체성을 더욱 탄탄하게 구축한 작품입니다. 스톡홀름 폭탄 테러 용의자가 이민자라는 점을 출발점으로 삼아, 그는 이민자로서 느끼는 소외감과 불안, 그리고 주류 사회의 시선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나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거네

5개의 전화통화로 구성된 하루의 여정 📞

이 소설은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는 주인공 아모르가 다섯 사람과 나누는 통화와 그들과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각 부의 앞머리에는 "나는 내 형제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한다"라는 동일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짧은 글이 실려 있습니다. 이 글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처음에는 "두 번의 폭발이 일어났어. 시내 한가운데서… 아무도 잡히지 않았어. 의심받는 사람은 없어. 아직은 아니야. 그런데 이제 시작한다. 너희 준비해"라고 의미심장하게 시작해 마지막에는 "그게 내 모습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데 100분의 1초로 걸리지 않았어"로 끝납니다.

소설은 폭탄 테러 소식이 전해진 날, 주인공 아모르의 하루를 따라갑니다. 테러 소식에 놀란 친구 샤비가 클럽에서 춤추는 아모르에게 연락을 시도하지만, 아모르는 전화를 받는 대신 샤비와 있었던 일들을 회상합니다. 왕립공대에 입학하고 니나와 결혼해 아빠가 된 샤비가 "쥐새끼 같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국회에 들어가다니, 제기랄"이라며 분개하던 일들을 떠올리는 것이죠.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의심받는 일상의 불안 😰

사촌 알렘으로부터 전화가 오고, 그들은 테러 용의자에 대한 묘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용의자에 대한 묘사, 몸집, 머리카락 색깔, 턱수염 길이..." "범인은 누구라도 될 수 있지"라는 대화는 이민자들이 느끼는 불안과 주류 사회의 의심 어린 시선을 암시합니다.

알렘에게 부탁받은 드릴날을 바꾸기 위해 외출한 아모르는 "나는 도시의 일부였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려 하지만, 이민자로서 경험했던 차별과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의심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그를 괴롭힙니다. 그는 자신의 피부색과 머리색 때문에 누군가에게 계속 미행당하는 느낌을 받으며, 강박에 사로잡힙니다.

거리에서 자신이 테러범으로 오인받는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아모르는 급기야 뒷주머니에 넣어 온 칼을 꺼내 경찰을 찌르는 환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 장면은 이민자로서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그로 인한 정신적 혼란을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그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상처를 입힐 수는 없어" 👵

경찰의 추적을 겨우 따돌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죽은 외할머니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이 비현실적인 통화는 현실과 환각 사이에서 방황하는 아모르의 정신 상태를 반영합니다. 친구가 어제 죽어서 같이 지낼 수 있게 됐다며 기뻐하는 외할머니에게 "그리운 게 있어요?"라고 묻자 "전부 그립지"라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외할머니는 늘 아모르를 지켜봤다고 하며,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그에게 중요한 조언을 건넵니다: "그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상처를 입힐 수는 없어. 그들을 그냥 지나치렴. 아무 일 없다는 듯 걸어." 이는 소수자로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지혜를 담은 말로, 케미리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 중 하나일 것입니다.

나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거네

존중받아야 할 모든 존재의 고유함 🌟

아모르가 거리를 걷는 동안, 동물보호협회 직원 카롤리나가 수시로 전화해 가입을 권유합니다. 많은 말 중에서 "네발을 지녔건, 날개가 달렸건, 비늘이 있건, 아니면 털이 있건 간에 개개 생명의 고유함에 대해 모두가 존중받아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라는 구절은 작가 케미리의 마음이 담긴 부분입니다.

이 구절은 동물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 특히 다양한 배경과 외모를 가진 이민자들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피부색이나 출신 배경에 상관없이 모든 인간의 고유함과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보편적 휴머니즘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죠.

현실과 환각을 오가는 서사, 그 속에 담긴 의미 🌀

《나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거네》는 자살폭탄 테러라는 극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한 개인의 미세한 의식 변화와 내면의 혼란에 초점을 맞춥니다. 현실인지 환각인지 모호한 상황들, 절박함 속에서 오가는 애매한 대화들을 통해 작가는 인간 내면의 두려움과 갈망, 삶의 피로감과 소망을 세세하게 그려냅니다.

이 소설은 테러리즘이나 이민자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는, 그러한 사회적 현실이 한 개인의 정신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아모르가 경험하는 불안과 강박, 환각은 이민자로서 느끼는 소외감과 주류 사회의 의심 어린 시선에 대한 반응이며, 이는 많은 소수자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감정일 것입니다.

마치며: 공감과 이해를 향한 초대 🤝

요나스 하센 케미리의 《나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거네》는 테러와 이민자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예상외로 나른한 일상의 대화와 내면의 독백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러한 서사 방식은 극단적인 사건 뒤에 숨겨진 개인의 정서와 사회적 맥락을 더욱 섬세하게 드러내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소설은 이민자나 소수자의 경험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독자들에게도 그들의 불안하고 복잡한 내면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한 사람의 하루를 따라가며, 우리는 그가 경험하는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상처를 입힐 수는 없어. 그들을 그냥 지나치렴. 아무 일 없다는 듯 걸어." 외할머니의 이 말처럼, 우리 모두가 서로의 차이를 넘어 상처 없이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것이 작가 케미리의 바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바람은 오늘날 더욱 다양해지는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가치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