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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키우는 이야기/고사성어

오십보백보 뜻과 유래, 50보나 100보나 도망친 건 같다

by 남조선 유랑민 2025.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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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보백보 뜻과 유래, 50보나 100보나 도망친 건 같다

 

시험 점수가 30점에서 35점으로 올랐다고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면 어떻게 말해주시겠어요? "그게 그거 아니야?" 이럴 때 쓸 수 있는 딱 맞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바로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입니다.

이 고사성어, 일상에서 정말 자주 쓰이죠. "그건 오십보백보야", "둘 다 오십보백보 수준이네"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정확히 무슨 뜻인지, 어떤 이야기에서 나온 말인지 아시나요? 오늘은 오십보백보의 뜻과 재미있는 유래를 알아보겠습니다.

오십보백보의 뜻

(다섯 오) (열 십) (걸음 보) (일백 백) (걸음 보)

한자를 풀이하면 '50걸음과 100걸음'이라는 뜻입니다.

전체적인 의미는 '조금 낫고 못함의 차이는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같다'는 뜻이에요. 거기서 거기, 피장파장, 도토리 키 재기 같은 우리말 표현과 비슷합니다.

주로 부정적인 상황에서 씁니다. 둘 다 별로인데 한쪽이 조금 낫다고 우쭐대거나,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은 차이를 가지고 다르다고 주장할 때 쓰는 표현이죠.

유래: 맹자가 들려준 이야기

이 고사성어는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맹자(孟子)가 한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당시 양(梁)나라의 혜왕(惠王)이 맹자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 정성을 다하고 백성을 사랑하는데, 왜 다른 나라보다 백성이 늘지 않고 나라가 부강해지지 않습니까?"

맹자는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고 이런 비유를 들었습니다.

"왕께서는 전쟁을 좋아하시니 전쟁에 비유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쟁터에서 북이 둥둥 울리고 칼과 칼이 부딪치는 순간, 무서움을 이기지 못한 병사들이 갑옷과 무기를 버리고 도망칩니다.

어떤 병사는 100걸음을 도망치고 멈췄고, 어떤 병사는 50걸음을 도망치고 멈췄습니다. 그런데 50걸음 도망친 병사가 100걸음 도망친 병사를 보고 비웃으며 말합니다. '저 겁쟁이 좀 봐라. 나는 50걸음밖에 안 도망쳤는데 저 친구는 100걸음이나 도망쳤어!'

왕께서 보시기에 이게 옳은 말입니까?"

혜왕이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비록 100걸음은 아니지만, 그것도 도망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러자 맹자가 말했습니다. "왕께서 그것을 아신다면, 이웃 나라보다 백성이 많아지기를 바라지 마십시오. 왕께서 하시는 정치도 다른 나라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즉, 다른 나라보다 조금 나은 정치를 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백성을 위하는 정치가 아니라면 그게 그거라는 뜻이었죠.

핵심은 '본질의 동일함'

이 이야기의 포인트는 뭘까요? 바로 '양적 차이가 아니라 질적 차이'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50걸음을 도망쳤든 100걸음을 도망쳤든, 둘 다 '도망쳤다'는 본질은 같아요. 100걸음 도망친 병사가 더 겁쟁이긴 하지만, 50걸음 도망친 병사도 도망친 건 마찬가지입니다. 용감한 병사는 도망치지 않고 싸우니까요.

마찬가지로 혜왕이 이웃 나라보다 백성을 조금 더 생각한다 해도, 근본적으로 백성을 사랑하는 정치를 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는 거죠.

우리 일상에서 오십보백보

이 고사성어는 현대 생활에서도 정말 많이 쓰입니다.

학교에서 "나는 60점이고 너는 55점이잖아. 나보다 못하네!" "그게 그거지 뭐. 오십보백보야. 둘 다 낙제점이잖아."

다이어트할 때 "이번 주에 치킨 3번 먹었는데 너는 4번 먹었잖아!" "그거나 그거나 오십보백보지. 둘 다 다이어트 실패야..."

회사에서 "우리 회사는 야근이 덜한 편이에요." "그래도 주 60시간 일하잖아요. 주 70시간이랑 오십보백보 아닌가요?"

정치/사회 이슈 "A 정책이 B 정책보다는 낫지 않아?" "둘 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면 오십보백보야."

이렇게 본질은 같은데 작은 차이를 내세워 낫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쓰입니다.

비슷한 고사성어와 속담

오십보백보와 비슷한 의미의 표현들이 많습니다.

도찐개찐(盜盡個盡) - 도둑놈이나 개 잡아먹은 놈이나 매한가지라는 뜻. 둘 다 나쁘기는 마찬가지예요.

피차일반(彼此一般) - 이쪽도 저쪽도 마찬가지라는 뜻입니다.

우리 속담으로는 "도토리 키 재기",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거기서 거기" 같은 표현이 있죠.

반대되는 고사성어

반대로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만든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도 있습니다.

천양지차(天壤之差) -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는 뜻이에요.

일각천금(一刻千金) - 짧은 시간이라도 천금같이 귀하다는 뜻으로, 작은 시간의 차이가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상황에 따라 작은 차이가 중요할 때도 있고, 오십보백보처럼 본질이 같아서 작은 차이가 무의미할 때도 있는 거죠.

오십보백보를 쓸 때 주의할 점

이 표현을 쓸 때는 약간 조심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노력한 것을 무시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누군가가 열심히 노력해서 조금 나아졌는데 "그거나 그거나 오십보백보야"라고 하면 기분이 상할 수 있습니다.

이 표현은 주로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쓰는 게 좋습니다:

  •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때
  • 작은 차이를 내세워 우쭐대는 것을 지적할 때
  • 둘 다 좋지 않은 상황일 때
  • 자신을 포함해서 겸손하게 말할 때

맹자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

맹자가 이 비유를 든 이유는 혜왕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려고 한 거였습니다.

"조금 낫다고 만족하지 마세요. 근본부터 바꾸세요."

다른 나라보다 조금 나은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만족할게 아니라, 아예 백성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뜻이었죠. 겉으로 보기에 조금 나은 것과 본질적으로 좋은 것은 다르다는 거예요.

이 교훈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우리 삶에서도 작은 개선에 만족할 게 아니라, 때로는 근본부터 바꿔야 할 때가 있잖아요. 50걸음이 아니라 아예 도망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한 순간 말이에요.

다음에 누군가 작은 차이를 가지고 "나는 너보다 낫다"고 하면, 웃으면서 이렇게 말해보세요. "그건 오십보백보 아닐까?" 그리고 이 고사성어의 유래까지 설명해주면 더 멋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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