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취할 시간!" 보들레르의 외침, 당신은 무엇에 취해 있나요? (시 '취하라' 서평) 🍷📜

 

 

"언제나 취해 있어야 한다. (...) 시간의 무서운 짐을 느끼지 않으려면, 쉴 새 없이 취해야 한다."

프랑스 상징주의 시의 선구자,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의 산문시 「취하라(Be Drunk)」는 이렇게 도발적인 명령으로 시작합니다. 술에, 시에, 혹은 미덕에, 무엇이든 좋으니 끊임없이 '취하라'고 외치는 시인의 목소리는 당혹스러우면서도 강렬한 매력을 지니죠. 대체 보들레르는 왜 우리에게 이토록 '취할 것'을 강권하는 걸까요? 오늘은 시대를 초월하여 깊은 울림을 주는 보들레르의 시 「취하라」를 통해, 시간과 권태를 넘어 삶을 충만하게 만드는 '몰입'의 의미를 함께 탐색해 보겠습니다.

 

취하라

샤를 보들레르

언제나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 그것이 유일한 문제다. 그대의 어깨를 짓누르고, 땅을 향해 그대 몸을 구부러뜨리는 저 시간의 무서운 짐을 느끼지 않으려면, 쉴 새 없이 취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에? 술에, 시에 혹은 미덕에, 무엇에나 그대 좋을 대로 아무튼 취해라.

그리하여 때때로, 궁전의 섬돌 위에서, 도랑의 푸른 풀 위에서, 그대 방의 침울한 고독 속에서, 그대 깨어 일어나, 취기가 벌써 줄어들거나 사라지거든, 물어보라. 바람에, 물결에, 별에, 새에, 시계에, 달아나는 모든 것에, 울부짖는 모든 것에, 흘러가는 모든 것에, 노래하는 모든 것에, 말하는 모든 것에 물어보라, 지금 몇 시인가를. 그러면 바람이, 물결이, 별이, 새가, 시계가 그대에게 대답하리라. “지금은 취할시간! 시간의 학대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끊임없이 취하라! 술에, 시에 혹은 미덕에 무엇이든 그대 마음대로.”

* 샤를 보들레르(1821~1867) : 프랑스 시인.

1. 시간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한 외침: 시 「취하라」

보들레르는 시에서 우리 어깨를 짓누르고 땅으로 몸을 구부러뜨리는 '시간의 무서운 짐'을 이야기합니다. 끝없이 흘러가며 우리를 늙고 지치게 만드는 시간의 압제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취하는 것'이라고 단언하죠.

언제나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 그것이 유일한 문제다. 그대의 어깨를 짓누르고, 땅을 향해 그대 몸을 구부러뜨리는 저 시간의 무서운 짐을 느끼지 않으려면, 쉴 새 없이 취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에? 술에, 시에 혹은 미덕에, 무엇에나 그대 좋을 대로 아무튼 취해라. (...) 그러면 바람이, 물결이, 별이, 새가, 시계가 그대에게 대답하리라. “지금은 취할 시간! 시간의 학대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끊임없이 취하라! 술에, 시에 혹은 미덕에 무엇이든 그대 마음대로.”

 

시인은 술이든, 시(예술)든, 혹은 미덕(선행이나 고결한 가치)이든, 자신을 완전히 몰입시킬 수 있는 대상을 찾아 거기에 흠뻑 빠져들라고 말합니다. 혹여 잠시 깨어나 취기가 가시는 순간이 오더라도, 세상의 모든 존재에게 "지금 몇 시인가?"를 물어 "취할 시간!"이라는 답을 듣고 다시 취하라고 재촉합니다. 이는 단순히 현실 도피를 권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의 노예가 되지 말고, 능동적으로 삶의 순간을 의미와 열정으로 채우라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샤를 보들레르

2. '악의 꽃' 시인의 방, 그리고 '파리의 우울' 🇫🇷

이 시는 보들레르 사후에 출간된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Le Spleen de Paris)』에 실려 있습니다. 그는 대표 시집 『악의 꽃(Les Fleurs du mal)』 때문에 퇴폐주의 시인으로 낙인찍히기도 했지만, 황현산 교수의 평처럼 '선악의 양극단을 비춘 시인'이자 인간의 윤리와 아름다움을 깊이 탐구한 모럴리스트였습니다.

보들레르는 파리 센 강변 생루이섬의 한적한 아파트(Quai d’Anjou 17번지)에서 『악의 꽃』을 썼다고 합니다. 강물이 찰랑이고 버드나무 잎이 속삭이는 고요한 환경 속에서, 그는 아름다움에 대한 사유를 통해 인간이 유한한 육체의 한계를 넘어 불멸성에 이를 수 있는 길을 모색했습니다. 그에게 '취하는 것', 즉 어딘가에 깊이 몰입하는 행위는 바로 이 불멸성에 다가가는 하나의 방법이었던 셈입니다.

3. 술, 시, 미덕… 혹은 당신만의 '무엇' (도취와 몰입의 의미) ✨

보들레르가 말하는 '취함'은 단순히 술이나 마약에 의한 감각적 도취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역시 때로 그러한 수단에 의존했지만,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한 것은 정신과 감각을 고양시키는 깊은 '몰입(沒入)'의 상태였습니다.

• 술에 취하는 것: 현실의 고통과 권태를 잠시 잊고 감각적 해방감을 맛보는 것일 수 있습니다.
• 시에 취하는 것: 예술적 아름다움에 심취하여 정신적 황홀경을 경험하고, 언어를 통해 세계의 본질에 다가서는 것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 미덕에 취하는 것: 선행이나 이타적인 삶, 혹은 어떤 신념이나 가치에 헌신하며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충만감을 느끼는 것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상이 무엇이든, 자신이 선택한 가치에 온전히 집중하고 몰입함으로써 시간의 속박과 일상의 권태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보들레르는 이를 통해 제한된 인간이 영원성의 비밀에 접근하고 정신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4. 바람, 물결, 별에게 묻다: 당신의 '취할 시간'은 언제인가? ⏳

"지금 몇 시인가?" 시인의 질문에 세상 만물은 "취할 시간!"이라고 답합니다. 이는 단순히 시적 표현을 넘어, 매 순간을 의미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를 초월하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흘러가는 시간에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니는 대신, 매 순간 '취할' 대상을 찾아 열정적으로 몰입하라는 외침인 것이죠.

보들레르의 이러한 외침에 가장 먼저 '취했던' 이들은 바로 베를렌, 랭보, 말라르메 등 다음 세대의 상징주의 시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보들레르가 열어놓은 새로운 예술의 길에 흠뻑 취해 프랑스 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마무리하며: 당신은 무엇에 취해 있나요?

보들레르의 「취하라」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무미건조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습니까, 아니면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취해' 살아가고 있습니까? 그것이 일이든, 취미든, 사랑이든, 봉사든, 혹은 예술이든, 당신의 영혼을 고양시키고 시간의 무게를 잊게 만드는 그 '무엇'을 찾으라고, 그리고 거기에 끊임없이 몰입하라고 말입니다.

오늘, 당신을 '취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취할 시간'은 언제인가요? 보들레르의 강렬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잠시 잊고 있었던 삶의 열정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