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옷차림은 가벼워졌는데, 겨우내 포동포동 오른 뱃살 때문에 한숨 쉬는 분들 많으시죠?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된다"는 건 알지만, 왜 이렇게 실천이 어려운 걸까요? 단순히 의지력 부족이나 식탐 때문이라고 자책하기엔 뭔가 억울합니다. 혹시… 내 뱃살에 나만 모르는 경제적인 이유가 숨어있는 건 아닐까요? 오늘은 조금 다른 시각, 바로 '비만의 경제학' 관점에서 우리가 왜 자꾸 살찌는지 그 비밀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시간은 금'이라더니… 식사 준비 시간 단축이 부른 나비효과 🦋
경제학의 가장 기본 원리 중 하나가 바로 '수요의 법칙'입니다. 가격이 내려가면 수요량이 늘어난다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가격'에는 단순히 돈만 포함되는 게 아닙니다. 바로 '시간'도 중요한 비용이죠.
하버드 대학의 데이비드 커틀러 교수는 과거 미국 주부들이 식사 준비와 설거지에 하루 평균 2시간 이상을 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즉, 식사를 준비하고 먹는 데 드는 '시간 비용'(기회비용)이 크게 감소했다는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요즘은 밀키트 하나면 10분 만에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근사한 저녁 식사가 뚝딱 완성됩니다. 배달 앱 버튼 몇 번이면 손가락 까딱 않고도 원하는 음식을 문 앞까지 받을 수 있죠. 이렇게 식사 준비가 간편해지니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연구에 따르면, 한 끼 식사량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간식이나 야식을 먹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총 칼로리 섭취량이 증가했다는 분석입니다. 저녁 식사 후에도 출출하면 예전 같으면 귀찮아서 참았을 텐데, 이제는 너무나 쉽게 야식을 시켜 먹게 된 거죠. 결국, 식사 준비에 드는 시간 비용 감소가 우리의 허리둘레를 늘리는 데 기여했을 수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입니다.
가성비 따지다 '칼로리 폭탄' 행? 눈물의 식품 가격 비밀 💸
시간 비용뿐만 아니라 실제 '돈'과 관련된 가격 문제도 비만과 관련이 깊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다른 상품에 비해 식품의 상대적 가격이 하락했고, 특히 지방, 설탕, 과자, 탄산음료 등 소위 '살찌는 음식'들의 가격이 더 크게 떨어졌다는 점입니다.
워싱턴 대학의 애덤 드루노스키 교수의 연구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똑같이 1달러를 쓰더라도, 쿠키나 감자칩으로는 1200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지만, 몸에 좋은 당근으로는 고작 250칼로리밖에 얻지 못한다는 거죠.
즉,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한의 칼로리(배부름)를 얻으려면, 자연스럽게 채소나 과일보다는 저렴하면서 칼로리가 높은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가성비'를 따지는 합리적인 소비 결정이, 결과적으로는 비만을 유발하는 식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씁쓸한 현실이죠.
씁쓸하지만 현실: 건강 불평등과 비만의 상관관계
비만 문제는 안타깝게도 사회경제적 요인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 워킹맘 자녀의 비만율: 여러 연구에서 전업주부 자녀보다 맞벌이 가정 자녀의 비만율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는 앞서 살펴본 '시간 비용'과 연결됩니다. 바쁜 워킹맘은 식사 준비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간편한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을 식탁에 올릴 확률이 높아지고, 이는 자녀의 영양 불균형과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 소득과 비만율: 우리나라 질병관리청 조사에서도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비만율이 높은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소득 하위 20%의 비만율이 상위 20%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죠. 이는 앞서 설명한 '식품의 상대 가격' 문제와 직결됩니다. 소득이 낮을수록 건강에 좋은 신선식품보다는 저렴하고 칼로리가 높은 가공식품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결국 비만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구조적인 문제, 특히 건강 불평등 문제와도 얽혀있음을 보여줍니다.
세금으로 뱃살을 뺄 수 있을까? '비만세'의 명암
음식 비용 하락이 비만의 원인이라면, 반대로 비용을 높이면 해결되지 않을까요? 이런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설탕세' 또는 '비만세'입니다. 탄산음료나 패스트푸드처럼 건강에 해로운 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죠.
하지만 여기에는 '역진성' 논란이 따릅니다. 앞서 봤듯이 저렴한 고칼로리 식품은 저소득층이 더 많이 소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비만세는 자칫 저소득층에게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세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비만세 도입보다는 채소나 과일 등 건강한 식품의 가격을 낮추는 정책적 지원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동시에,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먹는 것을 조금 더 '귀찮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죠. (물론 이미 너무 편리해진 세상을 되돌리긴 어렵겠지만요!)
마무리하며: 당신의 선택은 안녕하신가요?
우리가 무심코 즐겨 먹는 간편식, 습관적으로 누르는 배달 앱 버튼 뒤에는 이처럼 복잡한 경제학적 원리들이 숨어 있었습니다. 물론 비만은 유전, 호르몬, 심리 상태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오늘 살펴본 '비만의 경제학'은 우리가 왜 자꾸 살찌는지, 그리고 이 문제가 왜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오늘 저녁, 배달 앱을 열기 전에 한 번쯤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 내가 하려는 선택이 정말 '나의 의지'인지, 아니면 편리함과 저렴함이라는 경제적 유혹에 이끌린 결과는 아닌지 말이죠. 당신의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작은 고민의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
'읽을거리 >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장삼'을 벗지 못한다"… 中 청년들의 웃픈 현실, '현대 공을기(当代孔乙己)'와 겹쳐 보이는 한국 청년의 그림자 🎓 (42) | 2025.05.04 |
---|---|
'뜨거운 감자' 임대차 2법 개편 논란: 세입자 보호 vs 시장 안정, 당신의 생각은? 🏠 (34) | 2025.05.04 |
주 4일제, 정말 '꿈의 직장' 실현될까? 워라밸 vs 생산성 논란부터 AI 시대 대비까지 짚어보기 (34) | 2025.05.04 |
청소년 알바, 몇 살부터 가능? 첫 아르바이트 전 꼭 알아야 할 것들 (나이, 시급, 근무시간, 주의사항) (51) | 2025.04.29 |
SKT 유심 해킹? 나도 당할 수 있다! '유심 스와핑' 피해 막는 법 (feat. 유심 보호 서비스 총정리) (30) | 2025.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