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실록] 철종: 강화도령에서 조선의 왕이 되다, 세도정치의 절정과 사회적 위기 👑🌾

 

농부에서 왕으로 격상되었으나 안동 김씨의 꼭두각시로 전락한 조선 제25대 왕의 비극적 생애

강화도령, 운명의 반전으로 왕이 되다 🏝️

1849년, 후사 없이 2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헌종의 뒤를 이을 사람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조선의 25대 임금으로 지목된 인물은 다름 아닌 강화도에서 나무하고 농사짓던 이원범이었습니다. 일명 '강화도령'이라 불리던 그가 바로 조선 제25대 왕 철종입니다.

이원범은 사도세자의 후손이었습니다. 14살까지 한성에서 살던 이원범은 큰형이 역모 사건에 연루된 이후 강화로 유배되어 평민처럼 나무하고 농사지으며 살았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을 왕으로 모시러 온 행렬이 나타나자, 자기를 잡으러 온 줄 알고 산 속으로 도망쳤다고 합니다. 그의 가문이 이미 많은 역모죄로 풍비박산난 상태였으니 이러한 반응도 이해할 만합니다.

철종 어진

방계 중의 방계, 기구한 왕족의 혈통 👨‍👨‍👦

이원범의 왕통이 얼마나 기구했는지 살펴보면, 숙종부터 시작해서 첩의 아들인 연잉군(영조), 첩의 아들인 사도세자, 첩의 아들인 은언군, 그의 서자 전계대원군, 이 서자의 아들입니다. 그야말로 왕족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방계 중의 방계 혈통이었습니다. 세대로 따지면 헌종의 3촌뻘, 촌수로는 7촌 사이였습니다.

그러나 순조의 왕비이자 왕실 최고 어른인 순원왕후는 선왕과 최대한 가까운 촌수에서 후사를 골랐습니다. 이는 왕실의 피를 이어간다는 명분도 있었지만, 사실상 어린 나이의 먼 친척을 왕으로 세워 안동 김씨 가문의 권력을 유지하려는 의도였습니다.

또다시 수렴청정, 안동 김씨의 권력 정점 👵

별안간 왕이 된 철종 대신 순원왕후는 또다시 수렴청정을 시작합니다. 철종의 비는 안동 김씨 가문 김문근의 딸로 결정되었고, 그렇게 순조, 헌종, 철종 연속 세 임금의 중전이 안동 김씨 가문에서 배출되는 기록이 세워집니다.

안동 김씨 세력은 자신들을 제거하려 했던 헌종의 뜻을 따른 자들을 숙청했고, 결국 안동 김씨 가문이 조선 전체를 장악한 형국이 되었습니다. 안동 김씨 일가의 관계에 따라 당파가 갈라졌고, 그들의 집 앞은 관직을 청탁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했으며, 매관매직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수렴청정에서 벗어난 철종, 왕으로서의 성장 🧠

수렴청정에서 벗어난 철종은 점차 공부하고 정치를 배워가더니 즉위 2년쯤 되자 자신의 의견을 곧잘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철종은 신하들을 달래거나 제지하며 왕으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그런 모습에 즉위 2-3년 후 대왕대비가 수렴청정을 거두게 됩니다.

빈민구제에 힘을 다하던 철종은 그 폐단이 극에 달한 삼정의 문란을 지적했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권력은 부족했습니다. 삼정이란 조선의 주요 수입원인 전정(田政, 토지세), 군정(軍政, 일종의 국방비), 환곡(還穀, 봄에 쌀을 빌려주고 가을에 이자 붙여 돌려받는 빈민구제 제도)을 말합니다.

삼정의 문란과 백성들의 고통 😔

탐관오리들은 삼정을 빌미로 턱없이 많은 세금을 갈취했고, 어린 아이와 노인, 심지어 이미 죽은 사람에게까지 세금을 거두는 등 비리가 만연했습니다. 가뜩이나 삶이 팍팍한 백성들을 가장 괴롭힌 것은 바로 환곡의 고리대화였습니다.

관료들이 환곡으로 백성들에게 관청의 곡식을 빌려준 것인데, 각 관청에서 다양한 편법으로 환곡에 온갖 수수료를 첨가하고 이자에 이자를 더하는 등 백성을 극도로 쥐어짜서 수익을 불렸습니다.

임술농민항쟁의 발발

농업생산력 향상과 상품경제 발달로 분화되는 농민층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던 조선 후기, 그 중 가장 빈곤층인 몰락 농민들 사이에서 1862년 임술농민항쟁이 일어납니다. 진주에서 시작된 항쟁은 전국 각지로 퍼져 나갔고, 민란은 도미노처럼 이어졌습니다.

동학의 등장과 민간의 대응 🕊️

안팎으로 삼정의 혼란, 농민 반란, 이양선이 출현하면서 나라가 혼란하고 왕조의 질서가 흔들리던 위기의 시대, 대책 없는 조정과는 달리 민간에서는 의미 있는 대응이 있었습니다. 바로 동학의 등장이었습니다.

서양의 천주교에 대응하여 '동학'이라 이름 지은 교주 최제우는 백성들에게 인간 평등과 존중을 가르쳤습니다. 나날이 동학의 교세가 커지자 조정은 '세상을 어지럽힌다'며 동학을 탄압했고, 1864년 최제우는 대구에서 처형됩니다.

철종의 말년과 세상을 떠남 🌙

세도가 더욱 견고해진 안동 김씨 세력은 이제 "남자를 여자로 만드는 것 빼곤 못하는 게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들의 권력 독점에 결국 노력을 저버린 철종은 재위 후반기에 국정을 멀리하며 술에 의존해 살았습니다.

직접 농사도 지으면서 건강했던 초기 철종의 몸이 궁궐 생활 끝에 급속도로 약해지면서, 결국 1863년 3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납니다. 철종의 후사를 이을 아들들은 하나같이 태어나고 얼마 못 가 죽었기 때문에, 결국 왕실은 또다시 종친 중에서 후사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결정된 다음 왕이 바로 고종입니다.

철종 시대의 역사적 의미와 평가 📚

철종의 시대는 안동 김씨 세도정치의 절정기였으며, 동시에 각종 사회 모순이 폭발하는 격변의 시기였습니다. 농민항쟁과 동학의 등장은 조선 사회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었고, 서양 세력의 압박은 점차 거세지고 있었습니다.

철종 자신은 초기에 왕권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결국 강고한 세도가문의 벽을 넘지 못하고 말년에는 정치에 무관심해졌습니다. 그의 재위 기간은 조선 왕조가 직면한 내외적 위기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시기였으며, 이후 흥선대원군과 고종의 개혁 정치가 필요했던 배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철종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들 🤔

• '강화도령'이라 불리며 평민처럼 나무하고 농사짓던 생활에서 갑자기 왕이 됨
• 방계 중의 방계 혈통으로, 헌종과는 7촌 관계였음
• 순조, 헌종, 철종 연속 세 임금의 중전이 모두 안동 김씨 가문에서 나옴
• 초기에는 정치에 관심을 보였으나 점차 세도가문에 굴복함
• 재위 기간에 임술농민항쟁(1862년)과 동학의 등장이라는 중요한 사건이 발생함
• 3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으며, 후사가 없었음

철종의 시대는 조선 왕조의 위기가 심화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왕권은 약화되고 외척 세력은 강해졌으며, 백성들의 삶은 더욱 고달파졌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동학과 같은 새로운 사상이 등장하며 변화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었습니다. 철종 이후 등장한 흥선대원군의 개혁 정치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