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KT&G 릴 핏(Fiit) 라인업에서 '유일한 일반 담배 맛'이라는 상징성을 가졌던 '핏 골든 파이프(Fiit Golden Pipe)'가 조용히 단종되었습니다. 멘솔이나 가향 스틱을 선호하지 않는 유저들의 마지막 보루와도 같았던 제품이었죠.
오늘은 연초의 묵직함을 재현하려 했던 이 비운의 도전자, '골든 파이프'가 어떤 제품이었는지, 왜 마니아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는지, 그리고 결국 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는지 그 마지막을 기록해 보고자 합니다.
첫인상: 진짜 담배를 향한 기대감
'골든 파이프'는 이름과 남색-금장 패키지에서부터 연초 '보헴 파이프 스코티'를 떠올리게 합니다. 실제로 파이프 담배에 쓰이는 '카벤디쉬(Cavendish)' 엽을 함유하여, 출시 당시부터 '진짜 담배 맛'을 기대하게 만들었죠.
케이스를 열면, '핏 매치'의 바닐라 향과는 격이 다른, 진짜 연초에 가까운 묵직한 담뱃잎 향이 올라옵니다. 캡슐 없는 순수 연초 계열 스틱에 목말랐던 유저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아주 성공적인 첫인상이었습니다.
묵직한 스모키, 그리고 발목을 잡은 '신맛'
'골든 파이프'는 그 기대에 부응하듯, 핏 라인업 중 가장 묵직하고 무게감 있는 맛과 향을 자랑합니다.
- 묵직한 스모키함: 한 모금 피우면, 꽤나 매캐하고 스모키한 향이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마치 '모닥불을 피우다 물을 뿌렸을 때 나는 듯한' 거칠고 강한 향이죠. 이 무게감은 아이코스의 '히츠 브론즈'나 '엠버'와 견줄 만하며, 고타르 연초를 피우던 분들에게는 그리운 만족감을 선사합니다.
- 치명적인 단점, '신맛': 하지만 '골DEN 파이프'가 '완벽한 연초 대체재'가 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제품 고유의 '신맛'입니다. 기기를 바꿔보고 여러 갑을 테스트해봐도, 중반부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이 산미(酸味)는 묵직한 스모키함에 익숙해질 때쯤 어김없이 나타나 몰입을 방해합니다. 이 신맛만 없었더라면, 역대 최고의 연초 계열 스틱이 되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핏 골든 파이프, 누구를 위한 스틱이었나?
'골든 파이프'는 매우 명확한 타겟을 가진, 하지만 그 타겟마저 완벽히 만족시키지는 못한 스틱이었습니다.
👍 BEST FOR:
- 고타르 연초(6mg 이상)를 피우다 넘어오신 분: 다른 밋밋한 스틱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묵직함과 타격감을 제공합니다.
- '히츠 브론즈'는 좋아하지만, 조금 다른 대안을 찾고 싶었던 분: 히츠 브론즈와 유사하지만, 향과 맛이 조금 더 낫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 가끔씩이라도 진짜 연초 느낌이 그리웠던 분: 데일리로 사용하기엔 부담스럽지만, 가끔 한 번씩 강력한 만족감을 원할 때 좋은 선택지였습니다.
👎 MAYBE NOT FOR:
- 저타르(1mg, 3mg) 연초 사용자 및 비흡연자: 너무 강하고 매캐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신맛'과 '탄맛', '쓴맛'에 민감한 분.
- 입안에 남는 텁텁함을 싫어하는 분.
의외의 장점과 아쉬운 마무리
'골든 파이프'는 의외의 장점도 있었습니다. 스틱을 감싸는 종이가 다른 핏 제품보다 약간 더 두꺼운 느낌인데, 덕분에 스틱 외부에 담뱃진이 거의 묻어 나오지 않아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었죠.
하지만 결국 텁텁한 뒷맛과 잡을 수 없었던 '신맛'이라는 한계를 넘지 못하고, '핏 체인지에서 캡슐 뺀 맛'이라는 일부의 혹평 속에 단종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굿바이, 골든 파이프: 비운의 도전자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
'릴 핏 골든 파이프'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진짜 담배다움'을 구현하려 했던 의미 있는 도전자였습니다. 그 묵직함과 스모키함은 분명 독보적인 매력이 있었죠.
비록 아쉬움을 남기고 사라졌지만, '골든 파이프'는 연초의 강렬함을 그리워하는 유저들의 갈증을 잠시나마 해소해 주었던, 기억해 줄 만한 스틱이었습니다. 부디 다음번에는 '신맛'까지 완벽하게 잡아낸, 진정한 연초 계열의 후속작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