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어려울수록 빛나는 기업이 있다.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초저가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500~5000원짜리 저가 상품으로 쿠팡과 이마트를 압도하는 수익성을 보여주는 다이소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 불황 속 '역대급' 실적, 다이소가 웃는 이유
"갈 때마다 장바구니에 뭐가 하나씩 더 들어가요. 원래 칫솔만 사러 갔다가 화장품에, 양말에... 결국 만 원어치는 사 오게 되더라고요."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32)씨의 말이다. 불황이라는데 왜 다이소는 매출이 쑥쑥 오를까? 비결은 바로 이런 '의도치 않은 지름신' 효과에 있다.
아성다이소는 지난해 매출 3조9689억원, 영업이익 3711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수준이다. 매출은 1년 전보다 14.7%, 영업이익은 무려 41.8%나 급증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매출 4조 클럽' 가입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
특히 눈여겨봐야 할 점은 다이소의 수익성이다. 영업이익률이 9.35%로, 이마트(0.16%)와 쿠팡(1.46%)을 압도적으로 뛰어넘었다. 보통 유통업계에서는 영업이익률 5%만 넘어도 '잘한다'고 평가받는데, 다이소는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대체 어떻게 가능한 걸까?
🛍️ "단순 잡화점? 아니죠. 이제는 종합 라이프스타일 숍입니다"
다이소 성장의 첫 번째 비결은 상품군 확장이다. 더 이상 '싸구려 잡화점'이 아니라는 얘기다.
1) 뷰티 강화: 'K-뷰티 입문템'의 성지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다이소에서 판매한 뷰티 브랜드와 상품은 60개, 500여 종. 2023년 말(26개 브랜드, 250여 종)에 비해 두세 배나 늘어난 규모다. 다이소 뷰티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자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같은 대기업도 다이소 전용 상품을 개발해 입점했다.
SNS에서 화제가 된 '샤넬밤'(손앤박 멀티컬러밤)과 '리들샷'(VT 리들샷 앰풀) 등이 연달아 히트하며 지난해 다이소 화장품 매출은 전년 대비 144%나 급증했다. (네, 무려 2.4배가 증가했습니다! 👀)
"사실 고가 화장품 살 돈은 없는데, 다이소 제품으로 트렌드는 따라가고 싶은 2030 여성들의 마음을 정확히 저격했죠." 화장품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2) 패션 확장: '데일리 이지웨어'로 진화
의류 매출도 급증세다. 지난해 의류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4% 늘었다. 특히 맨투맨, 후드 티, 패딩 조끼 등을 포함한 '다이소 이지웨어' 상품군의 겨울(2024년 10월~2025년 1월) 매출은 86%나 증가했다.
"원래는 양말이나 속옷 정도만 사곤 했는데, 요즘엔 티셔츠나 가디건도 둘러보게 돼요. 디자인이 의외로 심플하고 괜찮거든요." 대학생 이모(24)씨의 말처럼, 고물가와 소비 침체 속 가성비 의류를 찾는 수요를 정확히 공략한 전략이 통한 것으로 풀이된다.
📱 오프라인만? 아니죠, '온라인 다이소'도 있습니다
e커머스 시대에 맞춰 온라인몰을 강화한 것도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 다이소는 2023년 12월 기존 다이소몰(오픈마켓)과 샵다이소(자사몰)를 '다이소몰'로 통합했다. 통합 이후 상품군을 정비하고 마케팅 역량을 집중했다.
동시에 '평일 오후 2시 전 주문 시 다음 날 배송'이라는 익일 배송 서비스와 픽업 서비스 등을 도입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즉각적 만족감'을 온라인에서도 구현하려는 노력이다.
그 결과? 온라인몰 재정비 이후 사용자가 큰 폭으로 늘었다.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다이소 온라인몰의 월 매출은 지난해 1월 17억원에서 같은 해 12월 91억원으로 1년 새 5배 넘게 증가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같은 중국 저가 쇼핑몰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를 가봐야 한국을 안다"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 공략한 전략도 주효했다. 요즘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올다무'라는 말이 유행이다.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를 일컫는 말로, 이 세 곳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반드시 들러야 할 'K-쇼핑' 코스로 자리잡았다.
특히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에게 다이소는 필수 방문 코스가 됐다. "자국 내 다이소보다 한국 다이소가 상품 구성이 다양하고 트렌디하다"는 평가 때문이다. 뷰티 제품과 한국적 디자인의 생활용품은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착한 가격의 기념품'으로 자리잡았다.
명동 다이소 매장의 한 점원은 "주말이면 매장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 손님"이라며 "특히 동남아 관광객들은 쇼핑 카트를 가득 채워 계산대에 서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 불황기, 왜 '가성비'가 승리하는가
다이소의 성공은 불황기 소비 심리를 정확히 짚어낸 결과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소비자들은 '작은 사치'를 찾는다. 비싼 명품백은 살 수 없어도, 5천원짜리 예쁜 화장품 파우치로 소소한 만족감을 얻는 식이다.
다이소는 이런 심리를 파고들어 '적정 가격대의 트렌디한 제품'이라는 포지셔닝에 성공했다. 단순히 '싸다'는 것을 넘어 '이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면 괜찮다'는 인식을 심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이소의 성공 비결은 불황기 소비자 심리를 정확히 읽고,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부담 없는 소비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1000원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면, 불황에도 지갑이 열리는 법"이라는 설명이다.
🔮 다이소의 미래, '리빙 플랫폼'으로 진화할까?
다이소는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까? 업계에서는 '리빙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점치고 있다. 단순히 저가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미 화장품, 의류뿐 아니라 식품, 가전,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옴니채널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다이소 관계자는 "앞으로도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한 신상품 개발과 함께 매장 환경 개선, 디지털 전환 등에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객에게 '생각보다 괜찮은 물건'을 제공한다는 기본 철학은 변함없다"는 설명이다.
💭 불황기, 승자의 조건
다이소의 사례는 불황기에도 성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힌트를 제공한다. 저가 상품이지만 품질은 타협하지 않고,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고객과 만나는 전략이 주효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소비자들은 '확실한 가치'를 주는 브랜드에 지갑을 연다. 다이소처럼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품질이면 충분하다'는 믿음을 주는 기업이 불황기 승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앞으로의 과제도 있다. 중국 저가 온라인 쇼핑몰의 공세, ESG 이슈, 인건비 상승 등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다이소의 변신을 보면, 이러한 도전도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불황이 오면 성장하는 기업이 있다"는 말이 있다. 다이소는 그 말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앞으로도 다이소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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