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게임이다. 가위바위보부터 기업 경영까지, 우리는 늘 상대방의 행동을 예측하며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전략적 상황'에 놓인다. 오늘은 게임이론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용의자의 딜레마'를 통해 우리 주변의 배신과 협력의 경제학적 원리를 살펴보자.
📊 인생이라는 게임, 승리의 조건은 무엇일까?
가위바위보 할 때를 생각해 보자. 상대방이 무엇을 낼지 잠시 고민하게 된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머리를 굴리게 된다. 회사에서 신제품을 출시할 때도 마찬가지다. 소비자 반응은 어떨지, 경쟁사는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을 거듭한다.
이렇게 타인의 행동을 예측하며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 즉 '전략적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의 행동을 연구하는 분야가 바로 '게임이론(Game Theory, 게임 씨어리)'이다. 게임이론은 그냥 재밌는 이론이 아니라 현실 세계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강력한 도구다. (솔직히 '게임'이란 이름 때문에 공부하기 재밌어 보이긴 한다... 😏)
🚔 "나만 손해 볼 수는 없지!" - 용의자의 딜레마란?
게임이론의 고전적인 사례로 널리 알려진 '용의자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프리즈너스 딜레마)'는 이런 상황이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두 용의자 A와 B가 있다. 검찰은 이들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할 만한 증거는 확보했지만, 더 심각한 범죄에 대해서는 물증이 없는 상태다. 검사는 두 사람을 각각 다른 방에 불러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당신이 자백하고 공범이 부인한다면, 당신은 무죄로 석방해 주고 공범에게는 징역 10년을 구형하겠다. 둘 다 자백하면 각각 징역 5년, 둘 다 끝까지 부인하면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하겠다."
자, 여기서 합리적인 선택은 뭘까? 두 사람이 받을 징역형의 총량만 따져보면 둘 다 끝까지 부인해 1년씩만 살면 되는데...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 "쟤가 배신할까봐 나도 배신한다" - 우월전략의 함정
용의자 A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B가 끝까지 부인한다면? 나도 부인하면 1년, 자백하면 석방... 그럼 자백하자!" "B가 자백한다면? 내가 부인하면 10년, 자백하면 5년... 역시 자백하자!"
놀랍게도 B가 어떤 선택을 하든, A에게는 '자백'이 항상 더 나은 선택이다. B도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두 용의자 모두 자백하고, 둘 다 5년 형을 살게 된다. 1년씩만 살 수 있었는데 말이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한때 동지였던 사람들이 범죄 수사 과정에서 서로를 배신하는 모습, 흔히 드라마에서 보는 그 장면이 바로 이 용의자의 딜레마 때문이다. "내가 의리를 지키면 저 녀석이 나를 팔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결국 모두를 배신자로 만든다. (그러니 애초에 범죄는 안 하는 게... 😅)
💼 "이번 달도 담합하실래요?" - 기업 카르텔이 깨지는 이유
과점 기업들 간의 담합인 '카르텔(Cartel, 카르텔)'도 같은 구조다. 한 동네에 빵집 A와 B 두 곳만 있고, 하루 빵 수요가 1만 개, 균형 가격이 3000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어느 날 A와 B는 각자 빵을 5,000개씩만 생산해 개당 4,000원에 팔기로 담합했다. 담합이 유지된다면 두 업체 모두 2,000만원(5,000개 × 4,000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그런데 A 사장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가격을 3,000원으로 내리면 B의 고객까지 다 빼앗아 1만 개를 팔 수 있어. 그럼 매출이 3,000만원(10,000개 × 3,000원)으로 늘어날 텐데?"
문제는 B 사장도 똑같은 생각을 한다는 점이다. 결국 둘 다 가격을 내리고, 시장은 다시 경쟁 상태로 돌아가 각자 5,000개씩을 원래 가격인 3,000원에 팔게 된다. 매출은 1,500만원(5,000개 × 3,000원)으로 담합했을 때보다 오히려 줄어든다.
그런데도 담합이 깨지는 이유는 '배신'이 '협조'보다 유리한 전략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약속을 지켰는데 상대가 배신하면 큰 타격을 입을 바에는, 차라리 내가 먼저 배신하는 편이 낫다는 계산이다. 이처럼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하든 나에게 유리한 전략을 게임이론에서는 '우월전략(Dominant Strategy, 도미넌트 스트래터지)'이라고 부른다.
🌎 국제 관계부터 일상생활까지 - 용의자의 딜레마는 어디에나
용의자의 딜레마는 두 가지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당사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없고,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같은 게임이 반복된다면 사람들은 결국 협력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실제로 기업들의 담합이 종종 깨지기도 하지만 장기간 유지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기업 활동이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 반복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배신보다 협조가 더 이득일 수 있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다.
국가 간 군비 경쟁도 용의자의 딜레마로 설명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군축 의지를 완전히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자국의 군비를 늘리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 된다. 게임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토머스 셸링(Thomas Schelling, 토머스 셸링)은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이 서로 핵 보복 능력을 갖춘 것이 역설적으로 핵전쟁을 막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같은 논리라면 북핵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한국의 우월전략이 될 수 있다. (물론 이상적으로는 모두가 핵을 포기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환경 문제로 자주 언급되는 '공유지의 비극' 역시 용의자의 딜레마의 한 형태다. 내가 공유 자원을 아껴 써봤자 다른 사람들이 마구 쓰면 소용없다는 생각에, 결국 모두가 자원을 남용하게 되고 공유 자원은 고갈된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제력 있는 규제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 게임이론, 이기는 방법은 있을까?
게임이론이 주는 중요한 교훈은 개인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 집단적으로는 비합리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각자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다 보면 모두가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신뢰 구축, 명확한 규칙 설정, 반복적인 상호작용, 그리고 소통 채널 확보가 중요하다. 사실 인간관계나 비즈니스에서 '신뢰'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일상의 수많은 선택들이 누군가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용의자의 딜레마는 단순한 경제학 이론을 넘어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장기적 협력의 가치를 간과하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진정한 승리를 가져다주는 전략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일상 속에서 '용의자의 딜레마'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나요? 협력과 배신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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