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네트 89 윌리엄 셰익스피어
어떤 허물 때문에 나를 버린다고 하시면,
나는 그 허물을 더 과장하여 말하리라.
나를 절름발이라고 하시면 나는 곧 다리를 절리라,
그대의 말에 구태여 변명 아니하며.
사랑을 바꾸고 싶어 그대가 구실을 만드는 것은
내가 날 욕되게 하는 것보다 절반도 날 욕되게 아니하도다.
그대의 뜻이라면 지금까지의 모든 관계를 청산하고,
서로 모르는 사이처럼 보이게 하리라.
그대 가는 곳에는 아니 가리라.
내 입에 그대의 이름을 담지 않으리라.
불경한 내가 혹시 구면이라 아는 체하여
그대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그대를 위하여서는 나를 대적하여 싸우리라.
그대가 미워하는 사람을 나 또한 사랑할 수 없나니.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 영국 시인 극작가.
💌 지고지순의 사랑을 노래한 소네트 89번
▶️"그대를 위하여서는 나를 대적하여 싸우리라.
▶️ 그대가 미워하는 사람을 나 또한 사랑할 수 없나니."
이 구절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89번의 마지막 두 행으로, 사랑의 본질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명구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과도 싸울 수 있다는 이 헌신적인 마음은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합니다.
🌹 소네트 89번: 완전한 자기 부정의 사랑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89번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완전한 헌신을 노래합니다.
시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 "어떤 허물 때문에 나를 버린다고 하시면, 나는 그 허물을 더 과장하여 말하리라"
- "나를 절름발이라고 하시면 나는 곧 다리를 절리라"
- "그대의 뜻이라면 지금까지의 모든 관계를 청산하고, 서로 모르는 사이처럼 보이게 하리라"
이 시는 사랑하는 이의 뜻이라면 자신의 모든 것, 심지어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다는 지고지순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부정하는 그 마음은 사랑의 가장 높은 경지를 보여줍니다.
🌟 사랑, 영원무한의 우주와 같은
셰익스피어는 다른 시에서 "변화가 생길 때 변하고, 변심자와 같이 변심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로다"라고 노래했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변함없이 한결같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는 사랑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 "모든 방황하는 배의 북두칠성" - 길 잃은 이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빛
- "폭풍을 겪고도 동요를 모르는 지표" -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나침반
- "고도는 측량할 수 있어도 진가는 다 알 수 없는" - 그 깊이와 가치를 완전히 헤아릴 수 없는 무한의 세계
이처럼 한 사람을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우주와 같은 무한한 경험인 것입니다.
📜 셰익스피어와 그의 소네트
소네트(Sonnet)는 14줄로 이루어진 정형시로, 13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유럽 전역으로 퍼졌습니다. 셰익스피어는 총 154편의 소네트를 남겼는데, 이는 그의 유명한 4대 비극(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보다도 더 애절하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삶과 소네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는 영국 남부 출신으로, 열아홉 살에 여덟 살 연상인 앤 해서웨이와 결혼했습니다. 대학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타고난 언어 감각과 무대 예술에 대한 천재적 재능으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극작가가 되었습니다.
그의 소네트는 28세에서 30세 사이인 1592년경부터 1594년경까지 약 2년 동안 집중적으로 쓰여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혼 후 약 10년이 지난 시점이었죠.
소네트의 주제와 인물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시인과 귀족 청년, 그리고 '검은 여인'의 복잡한 삼각관계입니다. 젊은이와 검은 여인은 시인의 영혼을 차지하려는 '선한 천사'와 '악한 천사'로 묘사되곤 합니다.
그러나 소네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실제 누구였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습니다. 소네트가 청년과의 우정과 검은 여인과의 육체적 사랑을 노골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출간 당시에는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 시대를 초월한 사랑의 메시지
수필가 피천득은 셰익스피어에 대해 "때로는в속되고 조야하고 쌍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의 문학의 바탕은 사랑의 미(美)다"라고 평했습니다. 이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때로는 현실적이고 거친 측면을 보여주면서도, 그 핵심에는 언제나 사랑의 아름다움이 자리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사랑은 우리를 "봄날 풀꽃처럼 부드럽게" 만들고, 때로는 "육체의 눈만 아니라 마음의 눈도 멀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런 사랑의 맹목성 속에서 우리는 상대의 결점과 허물을 포용하고, 더 큰 사랑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89번이 전하는 메시지는 4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진정한 사랑이란 상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헌신, 그리고 변함없이 한결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그대를 위하여서는 나를 대적하여 싸우리라."
이 한 문장에 담긴 사랑의 절대적 헌신과 자기 부정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며, 우리도 이 봄, 셰익스피어가 노래한 것처럼 "사랑의 미(美)"로 가득 찬 시간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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