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조직 생활을 하거나 뉴스를 보다 보면, 말도 안 되는 주장이 진실인 양 통용되는 답답한 상황을 마주한 적 없으신가요? 모두가 '아니다'라고 생각하지만, 막강한 권력 앞에서 아무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는 순간. 바로 이럴 때 우리는 2000년도 더 된 옛이야기,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오늘은 윗사람을 농락하고 권세를 휘두르는 행태를 꼬집는 이 말의 유래와 그 속에 담긴 씁쓸한 교훈을 알아보겠습니다. 🧐
📖 '지록위마' 한자 뜻과 풀이
우선 글자를 하나씩 뜯어볼까요?
- 指 (지): 가리킬 지
- 鹿 (록): 사슴 록
- 爲 (위): ~라 할 위
- 馬 (마): 말 마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다'라는 뜻입니다. 눈앞에 뻔히 보이는 진실을 왜곡하고, 흑백을 뒤바꾸어 사람들을 속이고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행위를 비유하는 말이죠. "이게 사슴인지 말인지도 구별 못하냐"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옳고 그름을 알면서도 권력이 두려워 거짓에 동조하는 상황 전체를 꼬집는, 훨씬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그 유명한 유래, 진나라 환관 조고 이야기
이 이야기는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秦)나라 시황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시황제를 섬기던 환관 중 '조고(趙高)'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 악당이 있었습니다.
시황제가 죽자, 조고는 유서를 위조하는 대담한 계략을 꾸밉니다. 똑똑하고 올곧았던 태자 '부소'를 죽이고, 어리석어 조종하기 쉬운 어린 아들 '호해'를 2대 황제로 옹립한 것이죠. 자신의 막강한 권력을 위해서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조고의 계획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그는 황제 호해를 온갖 사치와 향락에 빠뜨려 나라를 돌보지 못하게 만든 뒤, 교묘한 술책으로 승상 이사를 비롯한 원로 충신들을 모두 제거해 버립니다. 마침내 조정을 완전히 장악한 조고는 스스로 승상의 자리에 앉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했죠.
하지만 조고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조정의 신하들 중 과연 누가 진짜 '내 편'이고, 누가 속으로 칼을 갈고 있는지 가려내고 싶었던 겁니다. 그래서 그는 희대의 연극을 계획합니다.
어느 날, 조고는 어전에 사슴 한 마리를 끌고 와 황제 호해에게 말합니다.
"폐하, 참으로 훌륭한 '말(馬)'을 구해왔습니다. 폐하께 바치옵니다."
어리석은 호해조차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죠.
"승상은 농담도 잘하시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요?"
하지만 조고는 천연덕스럽게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우겼습니다.
"아닙니다, 폐하. 이는 분명 말이옵니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여러 신하에게 물어보시지요."
호해는 신하들을 둘러보며 물었습니다. "자, 그대들이 보기엔 저게 무엇 같소? 말이오, 사슴이오?"
침묵이 흐르는 조정. 신하들은 조고의 서슬 퍼런 눈치를 살폈습니다. 조고의 권세가 두려웠던 대부분의 신하들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이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마지막 양심과 용기를 지키려 했던 몇몇 신하들은 "사슴이옵니다."라고 바른대로 고했죠.
연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답했던 신하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똑똑히 기억해 두었다가, 훗날 온갖 죄를 뒤집어씌워 모두 죽여버렸습니다. 그 이후, 조정에는 감히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론, 거짓으로 쌓은 권력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사방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결국 조고 역시 비참한 최후를 맞았지만, 그가 남긴 '지록위마'라는 고사성어는 오늘날까지도 권력의 속성과 인간의 나약함을 날카롭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 오늘 우리 사회의 '지록위마'
지록위마는 단순히 2000년 전의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날에도 우리 주변에서 그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 정치: 특정 목적을 위해 명백한 사실을 왜곡하는 '가짜 뉴스'나 선전·선동.
- 회사: 상사의 잘못된 결정을 알면서도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말씀이 맞습니다'라고 동조하는 상황.
- 사회: 집단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덮고 여론을 호도하는 행태.
이 모든 것이 현대판 '지록위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지록위마'는 권력자가 얼마나 쉽게 진실을 왜곡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앞에서 침묵하는 다수가 어떻게 불의를 키우는지를 보여주는 무서운 경고입니다. 조고의 말에 '사슴입니다'라고 용기 내어 외쳤던 신하들은 비참한 최후를 맞았지만, 역사는 결국 그들의 손을 들어주었죠.
여러분의 삶 속 '사슴'은 안녕하신가요? 그리고 그것을 당당하게 '사슴'이라 부를 용기가 우리에겐 남아있을까요? 씁쓸하지만, 한번쯤 깊이 곱씹어볼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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